돈없이 늙는게 제일 서럽다(은퇴자들 몰리는 이것)

주택연금

 

 

“주택연금 가입하고 왔어요. 재수없으면 120(살)까지 산다는데 개인연금으로는 건보료, 가스비, 세금 내기도 모자라요. 돈 없이 늙어죽는게 제일 무서워요.”

60대 은퇴자 이모씨는 올해 초 주택연금에 가입했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에 시세 5억원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자식들 생각해서” 주택연금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최근 마음을 바꿨습니다.

“은퇴하고 나니까 고지서가 무서워요. 관리비랑 가스비,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준비해둔 (개인)연금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네요. 자식들에게 손 벌리느니 주택연금이 낫다 싶어서 아들과 상의한후 결정했습니다.”

살인적인 물가에 은퇴자들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은 직장다니던 시절부터 아껴서 준비해온 개인 연금이나 국민연금에 의존해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가스비, 건보료, 각종 세금, 관리비 등 고정 지출이 계속 늘다보니 “이러다 파산하겠다”는 걱정이 드는 것입니다.

 

“세계 인구의 고령화로 은퇴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의 가장 큰 걱정은 역시 돈 문제다. 설문에 응한 사람 가운데 거의 50%가 죽기 전에 돈이 떨어지게 되는 상황, 노후를 돈 없이 보내게 되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고 답했다.”(책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반응형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노후파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감소하는 급여와 오르는 물가로 노인들은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책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NHK스페셜 제작팀 지음)은 은퇴 후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젊을때 성실하게 직장을 다니고 착실하게 연금을 부어가며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은퇴 후 마주한 생활은 처참합니다. 준비해둔 연금으로 월세, 식비, 수도세를 내기도 부족합니다. 결국 돈이 없어 돌봄 서비스를 못받고, 이웃을 못만나고 ‘고립’된 삶을 살게 됩니다.

치솟는 물가에 한국 고령자들도 ‘노후 파산’이 가장 큰 걱정이 됐습니다. 국민연금 외에 변변한 노인 복지가 없는 국내사정상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경기도 의왕 전용84㎡(32평)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송모씨(62)는 “지난달 관리비랑 가스비 합치니 50만원 돈이 넘었다. 마트에서 장봐도 몇개 담지 않아도 10만원은 기본”이라면서 “이러다가는 파산나겠다싶어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파트 가격이 올라 주택연금 수령액도 늘었다는 것입니다. 5년전 3억원이던 아파트는 6억원이 됐습니다. 최씨는 “집값이 더 떨어질수 있을 것 같아, 미루지 말고 마음 생길때 바로 가입했다”고 했습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의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집에 계속 살면서 평생 연금방식으로 매달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제도입니다. 2007년 도입됐는데 초반에는 ‘집은 자식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선입견 탓에 인기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요즘은 해마다 1만명 꼴로 이용자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3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가입자가 폭증했습니다. 주택연금 수령액은 가입 당시 평가한 주택 시가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주택금융공사(HF)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만4580건으로 전년(1만805건) 대비 34.9% 증가했습니다. 2007년 주택연금 도입 이후 가장 많은 것입니다.

누적 가입자 기준 주택연금 평균 월지급금은 지난해 115만6000원입니다. 수도권이 131만9000원, 지방은 80만7000원입니다.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내집’에 거주하면서 대체로 월 100만원 가량은 ‘연금’으로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이달부터 이자율 상승 등의 이유로 주택연금 신규 신청부터 연금 수령액이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가령 60세에 시세 9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는다면 기존에는 192만원 가량 받았지만 이달부터는 184만3000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월100만원 이상의 주택연금은 요즘처럼 고물가에 생활에 큰 보탬이 됩니다.

 

지금까지는 가입대상 주택가격 상한이 현재 공시가 9억원으로 돼있어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싶어도 가입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서울 은퇴자들은 “주택연금에 가입하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실제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2019년 기준 21만8163가구에서 지난해 75만7813가구로 247%나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는 9억넘는 주택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는 지난달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 주택 가격 상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토록 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주택가격 상한을 폐지하되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개정안이 본회의 통과되면 대통령령에서 정하게 될 주택가격 기준은 공시가 12억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